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구분할까에 대한 질문은 심리학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 즉 비정상에 대한 정의는 정신적으로 질병이 있다는 진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체로 이 진단으로 환자가 받을 치료를 결정하게 됩니다. 1973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의학의 진단 기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며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가 진행한 실험과 연구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험의 배경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선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상이라고 불리는 한 끝과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반대쪽의 한 끝이 있고, 한끝에서 다른 한 끝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인간의 모든 행동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의 일반적인 행동이 이 선의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달려있습니다.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및 다른 심리치료사들은 여러 가지 기준들을 가지고 이것을 판단할 것입니다.
보통은 한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이 어떤 기괴한 행동을 하는가, 그 행동을 얼마나 지속하는가, 가정이나 사회가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여 혼란스럽게 하는가, 주관적인 고통을 느끼는가, 심리적인 결함이 있는가 등으로 정신적 문제를 판단을 하게 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말로 정신병이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지, 또한 그 판단에 있어서 실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로젠한은 의문을 가졌고 그에 따른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실험방법과 결과
로젠한은 완전하게 정상인 가짜 환자 8명을 섭외하여 미국 전역의 여러 정신병원에 입원하게하였습니다. 심리학자 3명, 심리학과 대학원생 1명, 소아과 의사 1명, 정신과 의사 1명, 화가 1명, 주부 1명으로 남성이 5명, 여성이 3명이었습니다. 이들 8명 모두는 가명을 사용하고, 직업도 가짜로 제각기 다르게 말하도록 했습니다.
먼저 이들의 가장 첫번째 임무는 미국의 동서해안에 있는 5개 주에 위치한 12개의 정신병원에 자신이 입원하기 위하여 전화로 면담시간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면담 시에 그들이 말하는 유일한 비정상적인 증상은 "쿵", "공허하다", "속이 텅 비었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짜 직업과 가짜 이름 외의 나머지 정보 즉, 자신들의 삶, 가족관계 등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신뢰할 만한 정보를 면접자에게 주었고, 정상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이들 8명은 모두 병원에 입원하라는 판정을 받았고, 입원 후에는 어떤 증상도 보이지 않고 정상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병원 관계자가 오늘 기분이 어떤지를 물으면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더 이상 환청이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들 퇴원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간호사들은 그들에 대해 '친절'하고 '협조적'이며 '이상징후 없음'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퇴원하고자 의료진에게 잘 협조했고 약을 처방받으면 먹는 척을 하면서 화장실 변기에 버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아주 자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몰래 기록했지만 곧 병원에서는 이 가짜 환자들이 기록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어떤 한 실험참가자는 아예 휴게실에서 대놓고 기록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간호사는 매일 환자일지에 '글 쓰는데 집착함'이라고 썼습니다. 기록에 집착하는 것은 조현병의 분명한 증세로 간주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들이 평균적 19일 정도 입원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결과는 병원 의료진 중에서는 그들이 가짜 환자였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퇴원할 때 그들의 정신건강상태는 '정신분열증 호전상태'라고 기록되었습니다. 모든 병원에서는 직원과 환자가 엄격히 구분되어있었습니다. 식당, 화장실, 모임 장소, 휴게실 등 직원들의 공간이 따로 있었으며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 쪽에 와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11.3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환자들에게 왔을 때에도 환자들과 직접 대화하기를 꺼려했습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언제쯤 퇴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오늘은 기분이 어떠냐고 되물으며 환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점이 또 발견되었습니다. 의료진들은 이들이 가짜 환자인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병원에 함께 입원 중인 다른 진짜 환자들은 이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습니다. 가짜 환자들이 기록하는 것을 보고는 당신은 미치지 않았고 병원을 조사 중인 것이냐며 신문기자나 교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병원 측이 입원중인 가짜 환자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마도 환자를 정상인으로 진단하는 경우보다는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로젠한을 생각하였습니다. 환자를 건강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막고자 더 신중을 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
로젠한의 이 실험은 정신건강전문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연구결과는 두 가지의 중요한 요인을 지적했습니다. 첫째,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인 사람과 미친 사람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로젠한이 그의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병원 그 자체가 특별한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에서 행동의 의미를 쉽게 오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로젠한은 진단명의 위험성을 증명하였습니다. 일단 특정 심리적 조건에 맞으면 진단을 내리고 그렇게 되면 그 진단명이 환자의 다른 모든 특징을 상실하게 합니다. 그 질병에 기인한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동과 성격 특성이 명명된 그 진단에 의해 생겨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사람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일관되게 특정 방식으로 처치를 받으면 그 사람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로젠한의 연구를 통해 진단 절차에 신중함이 증가되었고, 특별히 환자에게 병명을 적용할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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